사전적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암암리에 사용되는 중2병이라는 말은 간단히 말해서 '치기어린 허세'를 뜻합니다. 이는 없는걸 있는양 치는 뻥카의 의미가 아니라 특히 사춘기 시절에 민감하게 나타나는 정서적 혼란 내지는 폭주를 의미하는데, 재패니메이션이나 판타지 소설 등의 영향으로 자신을 과대평가하거나 이중인격, 혹은 어줍잖은 고 난이도의 어휘를 사용함으로써 나타납니다. 이런 중2병을 비꼬는 표현으로 등장한 것이 '어둠에 다크('의'가 아니라 '에'입니다)에서 죽음의 데스를 느끼다' 라든지 정체불명의 일어틱한 호칭을 사용한 자기표현 등이 있습니다.뭐 이 정도 용례를 든다면 제가 어느 사이트를 가는지 아실만한 분도 계시겠습니다만 -_-
아무튼 이러한 다소 치기어린 표현들을 아울러서 중2병이라 표현하며 어줍잖은 허세라 비아냥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용어가 낯설어서 그렇지 어린 아해들이나 혹은 어줍잖은 글쟁이들이 까이는 것은 오늘 내일의 일이 아니었죠.
사실 1인 1블로그 시대가 열린 뒤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자신의 표현을 개인적인 공간에든 공개적인 공간에든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대단히 잦아졌습니다. 배상문씨는 <그러니까 당신도 써라>라는 책에서 '작가'를 정의하기를 "작가란 오늘 아침에 글을 쓴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의 관점에서 보기에 현대의 대한민국이라는 사회는 작가의 범람시대이며 공급 과잉시대인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철인화, 모든 개인의 작가화는 바람직한 길이긴 합니다만.
아무튼, 이러한 텍스트의 범람이라는 흐름을 타고 어줍잖은 상업 작가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급등한 판타지 소설가(물론 그들을 소설가 내지는 작가라고 할 수 있느냐에 대해선 이견이 많습니다만)들이나 귀여니 등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공간의 필진들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죠. 하지만 그들 중에 상당수는 자신의 철학이나 생각이 담겨있지 못하고 어줍잖은 패러디물이나 기존의 성공 사례를 본 뜬 경우가 많아 깐깐한 독자들로 인해 역으로 공격받게 되죠. 그런 연장선상에서 블로그나, 게시판 등에 유치해보이거나 '본인이 보기에 쓸데없는' 글들을 싸잡아서 비판하게 되면서 어찌보면 심한 비하의 표현인 중2병(15~6세의 중학생들이나 할 법한 말 혹은 생각이라는 부정적 어휘니까요)등의 표현이 생겨납니다.
이러한 비판이 반드시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더구나 독자의 정당한 권리인 비평을 생각한다면 더욱이나)그로 인한 역작용이 나타나게 됩니다. '과연 내가 생각하는 것은, 내가 쓰는 글은 남들이 보기에 우스운 중2병에 불과하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이 그것이죠. 혹자는 '중2병은 내 생각이 이러이러하다라고 남에게 강요하거나 표현 그 자체로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것'이라고 구분짓지만 표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역으로 족쇄가 되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이 유려한 필체나 화려한 언변, 멋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찌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고, 아무리 표현력이 뛰어난 '존잘러'라 할지라도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아니, 잘하면 잘할수록 기대치가 높아지기에 하나의 '작품'이 나오는데 인고의 세월이 길어지기도 하죠.
너무나 부족한 존재가 사람일지언데, 이러한 중2병에 대한 부담은 때때로 공포에 가깝게 자신의 생각을 얽메기도 합니다. 사실 그 누구도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홀가분하게 독립될 수는 없고 감정의 기복은 인간인 이상 생길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부분이라고 볼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러한 감정의 기복은 대체로 발산하고 해갈을 풀어야 풀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만, 체면이라 대변되는 '사회의 시선'에 부담을 느껴서 속으로 곪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죠.
'양산형' 작품들의 범람 이후 사람들은 되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초조감을 느끼곤 합니다. 내 생각이 치기어린 것은 아닐까, 내 말에 허점이 많으면 어쩌나, 이런 생각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등등. 하지만 그 누구도 거기에 대해서 정답을 내려줄 사람은 없습니다. 부정적인 색안경을 끼고 본다면 모든 것이 가소로운 중2병이고, 긍정적으로 봐준다면 초등학교 사생대회 작품들도 순수하게 감동할 수 있으니까요.
도리어 가장 문제가 되어야 하고 개개인들이 부끄러워해야하는 것은 '생각'이 없는 것입니다. 사유의 과정이 없이 무턱대고 배출되는 것은 그 지적 수준이 어느정도 되느냐를 떠나서 진실된 영혼이 없는 텍스트에 불과합니다. 제 아무리 말이 어눌하더라도 진심을 가지고 깊은 사유와 사색의 과정을 거쳐 나온 말은 영혼을 울릴 수 있습니다. 폴 포츠의 노래가 사람들을 감동시킨 것은- 물론 그의 노래가 훌륭했던 것도 있지만- 그만큼 폴 포츠의 인생과 영혼이 담긴 소리였기 때문이었죠.
생각하고, 또 많이 표현합시다. 그걸 가지고 허세든, 중2병이든, 수준 낮다고 폄하되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번 더 말로, 그림으로, 글로, 음악으로 표현합시다. 진정으로 자신을 극복하고 중2병을 이겨내는 길은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아 내가 봐도 참 더럽게 재미없게 쓴다.




덧글
Fatimah 2009/07/20 23:52 # 답글
마지막 줄에서 왜 위에서 말한 내용을 스스로 부정하려 드시나요 횽[....]DearJ 2009/07/21 23:29 # 답글
왜? 난 중2병이란거 알게 되서 좋았는데.마지막줄보면 너도 은근 츤데레야 ㅋㅋ
BeCursed 2009/07/22 00:14 #
난 나 자신에게 츤츤거리지 음헤헤2009/07/26 08:32 #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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